들빛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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晩谷 선생/晩谷先生 曰

지하철 문화

야소자 2010. 2. 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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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문화


* 전철문화 올바른 정착으로 문화시민 긍지 찾아야  

 

   세계적으로 큰 도시에는 地下鐵(지하철)교통이 발달되어 있다. 어떤 도시에서는 택시를 이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땅속을 거미줄처럼 얽어매어 놓았으니 문명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땅속 생활이 많아지는 가보다. 낯선 외국의 어느 전철역에 내려 땅위로 올라와서 함께 가던 사람에게 {어느 쪽이 동쪽인가}물었더니 그 친구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이쪽인가?}하며 어리벙거린다. 그도 무식한 사람이 아니고 법무성의 중견 층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매일 같이 출퇴근을 하면서도 동서남북도 모르고 다니니 말이다.

   하루는 퇴근을 하면서 가게에 갔더니 자그마한 수박을 반()을 잘라 사 가지고 가 길래{무엇 하려고 그러느냐?}하였더니, 계절이 돌아왔으니 식구들에게 과일 맛이라도 보여 드리려고 그런단다. 春夏秋冬(춘하추동) 사시절을 두더지처럼 땅속을 왔다갔다하면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에 오직 가정과 가족들을 위하여 살아가는가 보다. 이런 것을 볼 때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콩나물 시루인 서울을 지하철에 비하여 부산의 전철은 그런데로 다닐만하다. 전철역마다 줄을 서서 타기를 기다리는 것을 보면 문화시민이 되어 가는 듯 하고 이런한 현상은 버스 정류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문화인답지 않은 일도 더러있다.

   어느 날 서너 사람이 승강의 표시가 되어있는 곳에 줄을 서 있는데 마친 빨간 불을 켜고 전차가 들어선다. 몇 발작 저쪽 중간쯤에서 서성거리던 사람이 멈추는 전차의 출입문을 따라 서슴없이 끼어 들어 먼저 타버린다. 내 앞뒤로 있던 몇 사람이 그 손님을 넌지시 쳐다보는데 그 눈망울에는 어떤 감정을 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차안에 들어서서도 얼마동안 계속해서 그들이 쳐다보기에 나는 싱긋이 웃어 주었다.

   이러한 일들은 전철의 개찰구에서도 볼 수 있는 일인데, 줄을 서서 남을 따라 나아가지 아니하고 옆으로 슬쩍 끼어 드는 소위 말하는 열두 띠에도 없는 [게띠()]이 상당히 있다. 그런 [게띠족]에는 남자가 많은지, 여자가 더 많은지, 또한 나이 먹은 이가 많은지, 젊은이가 더 많은지는 통계가 없어서 잘 모르지만 여하튼 이와 같이 염치가 없는 사람들이 문화시민의 긍지에 먹칠을 하는 것만은 뻔하다.

   서양에서도 [애프트 유우]라는 말이 있는데 젊은이들이 영어를 배우면서 그 말이 [나의 뒤로]라고 잘못 배운 것이 아닌지 혹시나 염려스러워서 해 보는 말이다. 파란 눈(碧眼)을 가진 사람들이 지키는 예의쯤을 검은 눈동자를 가진 禮儀(예의)의 나라 한국인이 못 지키고 못해낸다고 하여서야 되겠는가. 우리 부류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타고 내리면 바로 떠나기][한줄서기(一列勵行)]를 줄곧 배웠지만 차를 타는 것도 그렇다. 먼저 내리고 나서 그 다음에 타는 것인데 어떤 사람은 빨리 타서 자리잡기에 혈안이 되어 출입문이 열리기도 전에 파고드는 사람이 있는데 좋은 현상이 아니오, 또한 차안의 자리에서도 두 다리를 자기의 몸보다 더 넓게 쩍 벌리고 앉아있는데 이것 또한 좋지 못한 일이다. 대중 앞에서는 남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살림이 세계에서도 으뜸이 될 만큼 풍족한데 그에 따라 도덕성회복(道德性回復)이 더욱 절실하다. 우선[애프트 유우]부터 바로 알고 실천을 하면서 여럿이 함께 하는 사회에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정신적 시간적 여유(餘裕)를 가져보자.

<1995년 5월 12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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