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晩谷 선생/晩谷先生 曰

축문 쓰는 법

야소자 2010. 3. 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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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문 쓰는 법


* 定型없어 [정성] 담아 적으면 무난

 

   우리들 중 [三國志]를 읽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諸葛亮이 남만의 맹획을 일곱 번이나 잡아 일곱 번을 놓아주어 그들을 마음으로 깊이 항복 받은 뒤에 군사를 이끌고 노수(濾水)로 돌아오니 물결이 사나워 도저히 건널 수가 없었다. 음산한 구름이 덮이고 광풍이 휘몰아쳐서 원귀가 발광을 하는 것이었다. 그곳 사람에게 물으니 77은 49라 49명을 죽여 그 머리와 검은 소와 흰 양을 제물로 바쳐야 물결이 가라앉고 그렇게 하는 것이 그곳 풍속이라 하였다. 제갈량은 남만 땅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 된 것을 안타까워해서 {본시 사람이 죽어서 원귀가 되는 것인데 어찌 또 다시 사람을 죽일 수 있느냐}하면서 소를 잡아 그 고기를 빵떡 속에 넣어서 제사를 지냈으니 이것이 곧 오늘날의 만두이라 일컫게 되었다.
   明나라 羅貫中이 지은 <三國演義>에 나오는 그 祝文의 일부를 들어보기로 하자. <維大漢建興三年秋九月一日에 諸葛亮은 謹陣祭義하여,...>로 되어 있다.

   축문을 쓰는데는 일정한 고정적인 형식이나 문률이 있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본 祭文에는 <維歲次>라느니 <甲子乙丑> 등 干支가 적혀 있지 않다. 그리고 축문 내용도 어떤 형식에 따른 것이 아니고 諸葛亮이 자기의 심정에 따라 그때의 정황에 맞게끔 적었을 뿐이다.
   우리 시민들은 父祖의 제사에 축문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교의 의식에 따르는 집안은 아직도 축문을 쓴다. 종래의 예법에 따르면 맨 먼저 <維歲次>로 시작하여<乙丑(1995년) 몇 월>이라고 한 다음 그 달의 초하루 日辰을 쓴다.
   그리고 제사를 지내는 主祭者를 표시하는데 아버지 제사에는 <孤子>, 어머니 제사에는 <哀子>라하고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났을 때는 아버지 제사이거나 어머니 제사이거나 간에 [孝子]라 하고 主祭의 이름을 쓰고 웃어른에게는 [감히 밝게 아룁니다(敢昭告子)], 손아랫사람에게는 [昭告子]라 한다.
  다음 본문에 들어가서 神主를 표시하고 [세월이 바뀌어 별세하신 날이 돌아왔으니 그때를 돌이켜보면 하늘과 같이 어버이의 은혜가 큼을 느낀다]고 하고 [차린 음식을 흠향 하시라]는 내용이면 된다.
 위에서 보는 제삿날의 느낌은 부모에게는 [昊天罔極]이요 조부모에게는 [不勝永慕]라 하고 그 밖의 분들에게는 직계와 방계, 손위와 손아래에 따라 표시하는 내용이 달라진다.

 몇 년 전 BBS동구지회에서 [제사지내는 법]이라는 생활예절 책을 만들어서 1만부가 넘게 배포한 일이 있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어떤 박식한 분이 나더러 그 책에 대하여 [의문 나는 점이 있습니다.]하고 그 내용에 대하여 이견을 제기하였다. 나로서는 실로 난처한 처지였다. 그런데 그 기미를 채신 어떤 분이 하는 말씀이 [그 禮는 집안마다 다 다르니 그 책을 참작만 할 것이요 구태여 항의할 것은 못되오]하고 그 말을 가로막아 버렸다. 나로 봐서는 구세주를 만난 느낌이었다.

 지금우리나라에는 예절에 대한 책이 많고 또 儒賢들의 홀기(식순)책도 많이 나와 있다. 전국의 향교와 서원의 홀기를 두루 살펴보면 역시 하나 같이 똑같은 것이 없다. 처음에 말한 것 처럼 형식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된다. 그래서 축문도 한글로 풀이해서 [정성드린 감회의 뜻]이 담기도록 하면 그만이 아닐까. 論語 19현에도 子遊의 말씀에 [상례는 슬픔을 극진히 할 뿐이다.]고 하여서 예라는 것은 그 마음이 극진함에 있는 것이요 음식이나 기구가 많고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것에 있지 않다고 하였다.


<1995년 1월 3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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